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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편린

입대준비를 하며 마음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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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일 : 2014.7.14
전역일 : 2016.4.13
총 639일

오늘로 입대일이 9일 남았다. 군인 아저씨가 군인 친구가 되고 군인 친구가 군인 동생이 된다는데 그전에 내가 군인이 된다는 것이 사실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친구들과 비교해 봤을 때 늦게 가는 편이고 친구들을 배웅만 해주다가 이제야 들어가는 입장이 되다 보니 이미 입대했던 친구들은 우스갯소리로 놀리는데 바쁘다. 

군대에 일찍 가서 대학 물도 못 먹고 간접적으로나마 사회생활도 못하게 되는 것이 싫어서 군대를 상대적으로 늦게 가는 대신에 '어린 나이에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자'라는 나름대로의 핑계를 댔었는데 잘 지켜졌는지 모르겠다. 생각보다 학교를 잘 다닌 것 같지도 않고 잘 놀러 다닌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많은 경험치를 쌓은 것 같지도 않다. 괜히 하고 싶은 것만 많아가지고 이것에 손댔다 저것에 손댔다 하는 바람에 간만 본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더군다나 군대의 보직을 굳이 따지는 것은 아니지만 '평범함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을 하자'라는 모토를 표방하던 내가 (지원했고, 또 아직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다지 특별하지 않을 것 같은 특기로 가게 된 것이 못내 아쉽기는 하다. 

괜히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니까 아쉬움이 커지면서 후회로 남게 되고 결국에는 '내가 왜 지금 군대에 간다고 했지?' 라는 생각이 들며 언제까지 미룰지 모를 정도로 '가지 말까?'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어서 입대신청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군대입영날짜를 받게 되었다. 군대에 딱히 무슨 압박감을 받지는 않았었는데 막상 어정쩡하게 '더 이상 늦게 가지만 말자.'라는 생각으로 입대하려고 하니 괜히 다 언짢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받아야 할 신체검사를 받을 때부터 그냥 재수 없던 병무청에 또 가고, 입대신청을 하려고 재발급받았던 신체검사결과 통지표가 그 어느 공공기관보다 빠르게 집에 도착하는 것을 보고, 혹시 잊을까 봐 친절하게 또 알려주는 병무청의 입대날짜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받으며 이미 베베 꼬여버린 마음에 병무청의 이런 친절함들도 괜히 아니 꼬여 보였다.

입대날짜가 다가오니 지난 과거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후회가 안 남도록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는데 어떻게든 후회가 남나 보다. 이런 면에서 보면 꼭 상황이 학기 동안 탱자탱자 놀다가 시험이 다가와 벼랑 끝에 몰린 벼락치기를 하는 학생 같다. 학생은 나고, 시험은 입대고. 시험이 얼마나 공부했는지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듯 이렇게 군대를 가는 것도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되어서 좋다고 위안을 삼는다. 

이렇듯 모든 것에 대해 불확실하고 후회가 남는 상황속에서 21개월 간 사회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게 신경도 쓰이고 시간이 아깝기도 하지만 뭘 어쩌랴. 오라는데 가야지. 어쩔 수 없는 시간들에 대해서 아쉬워하지 않고 이왕 하는 것 제대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재밌게 하고, ('지금 생각하는 것들은 어차피 나중 가면 바뀐다'라고는 하지만) 돌아와서 지금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 후회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이제 와서 해보고 싶은 것들을 아껴두었다가 제대 후에는 더 이상 미루지 않도록 늘 각성시키고, 오히려 군대에 있으면서 더 발전시키며 복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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