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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대한민국ROK

서울 종로 : 멍청이 세 명의 서울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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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계획을 세운 것은 어언 3개월 전. 군대 전역을 앞두고 동기 셋과 함께 전역 뒤에 같이 전역기념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이등병 때부터 전역 때까지 함께한 동기들이기에 마음도 잘 맞고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들이기에 전역 후에 해외여행을 한다는 것은 정말 꿈 같은 일이었고 바라던 일이었다. 계획한 곳은 일본이었다. 

 

처음엔 홍콩도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중국어 영향권 보다는 일본어를 조금 더 쉽게 알아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개개인의 호불호를 따져 가장 모두의 의견과 적합한 곳이 일본이었고, 그렇게 일본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병장으로 진급한 후부터 여행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슬금슬금 나왔고, 고로 실제 여행일인 4월으로부터 3개월 전인 1월부터 계획하게 되었다. 한 푼이라도 더 싸게 가려고 사지방에서 서로 다른 분대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날때마다 짬짬히 모여 호텔도 예약하고, 설렘에 부풀어 휴가나가서 계획도 짜고 비행기도 예약하고 그런 결과, 21세기에 어울리지 않은 인터넷 속도를 보유한 사지방에서도 다행히 개인당 50만원으로 비행기 표와 모든 호텔과, 유후인의 료칸과, 레일패스를 예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없는 살림에 한 푼이라도 아껴서 여행에 가서 동기의 생일파티를 축하해주려고 엔화환율도 살펴보다가 그나마 낮았던 날에, (나에게는) 거금 30만원을 엔화로 환전을 했다.

 

 

 

 

 

그렇게 전역을 하고 여행을 3일 앞둔 시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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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전역한 지 일주일도 안돼서 다시 목숨을 내놓을 수는 없다.'라는 생각에 부랴부랴 모든 예약을 취소했고 우리에게 남겨진 건 수수료 6만원. 원래는 15만원이 넘었는데 친절한 모두투어에서는 현 상황과 관련하여 여행취소자에 대해서 레일패스를 전액환불해준다고 하여서 항공권 취소수수료인 6만원으로 퉁칠 수 있었다.

 

 

 

 

10만원짜리 쓰레기가 될 뻔한 레일패스...

 

 

그렇게 우리는 그렇게 꿈꿔왔던 여행을 날려버리고 허무함과, 허망함과, 당황스러움으로 여행을 불과 이틀을 앞두고 모든 일정이 사라져버렸고, 아쉬움에 '그러면 우리 서울 궁 투어를 하자!' 라는 생각으로 원래 여행 당일에 만나기로 했다.

 

 

 

 

날씨가 놀리듯이 너무 좋아서 괜히 허망했다. 

 

 

 

 

우리의 투어루트는 시청역에서 만나 바로 옆에 있는 덕수궁을 거쳐 경희궁,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을 지나 종묘를 마지막으로 보는 완벽한 서울 궁 투어였다. 

 

그렇게 시청역에서 만나 바로 옆인 덕수궁을 바라보았을 때

 

 

 

...

 

 

 

 

월요일 휴관이었다.

 

 

우리는 웃으며 경희궁을 갔다.

 

 

 

 

월요일 휴관.

 

당연히 경희궁미술관 휴관.

 

 

 

경희궁의 대문인 숭정문에는 한 아저씨만이 구석에 앉아 웃으며 우리의 마음을 반영하 듯 초월적인 얼굴로 그림을 그리고 계셨다.

 

안알아보고 간 우리의 잘못이기에 우리는 군대에서 숙련한 초월적인 멘탈로 '두번의 실수는 있어도 세번의 실수는 안된다.' 라는 생각으로 경복궁의 휴관일을 찾아보았다. 다행히 화요일 휴관이었다.

 

우리에게는 숙련된 멘탈 뿐만이 아닌 숙련된 다리도 있었기에... 걷는 것은 문제가 되었다.

두 번의 허망한 발걸음은 의지를 꺾어놓기에 충분했고 우리는 여행이 취소되서 돈도 많은데 잠시나마 택시를 탈까 하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러한 생각을 하는 동안에 광화문에 도착하였다.

 

 

 

 

세월호는 당연히 큰 이슈였고, 광화문에는 이를 위한 추모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부처님오신날이 한 달 가량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광화문광장은 무슨 불상조각상을 세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광화문을 지나고 매표를 한 뒤(아무리 만 24세 무료입장 혜택자라도 표는 사야한다.) 근정문을 지나 보이는 경복궁. 구경하느라 사진을 못찍었다.

 

 

 

 

교태전. 왕비가 거처했던 집이다.

 

 

 

 

걷다보니 이렇게 웨딩사진을 찍는 커플도 있었다.

 

 

 

 

하이라이트. 나는 근정전보다 경회루가 더 맘에 든다.

 

 

 

 

 

원래 가고자 했던 구마모토 성의 대타라기엔 너무나 아름답고 웅장한 경복궁을 구경하고 경외심과 기분 좋게 나왔지만,

 

창덕궁과 창경궁 또한 월요일은 휴관이라기에 종묘를 가기로 했고, 종묘를 가기전에 가는길에 있는 그 유명한 북촌한옥마을도 한번 들리기로 했다.

 

 

 

 

 

가는길에 보이던 새로 개관한지 일년 남짓? 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도 당연히 휴관...

 

 

 

 

북촌한옥마을에 가기 전 북촌길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북촌한옥마을, 북촌하옥마을 하길래 그 사진에 자주 나오던 길밖에 없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아뜰리에도 많고, 카페도 많은 아기자기한 길목이 있었다.

 

계속 걷다보면 그 유명한 길목을 찾아갈 수 있다.

 

 

 

 

가는 길에 관광객이 생각보다 너무 많기도 하고 택시도 왔다갔다 번거롭기에 그냥 다른 샛길로 빠져 올라갔는데 관광객들이 현지인들만 아는 길인줄 알고 따라 올라왔다. 더 가파른 길이었는데... 미안...

 

모든 길은 로마로 향한다고, 어쨌든 북촌한옥마을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꼭때기까지 올라갔고, 인증샷을 하나 밖아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묘. 관광과 길찾기로 난데없는 행군...

 

종묘에 도착하니 4시 26분정도. 한국어 관광은 9시 20분부터 4시20분까지 한시간단위로 있었는데, 마지막을 아슬아슬하게 봤다. 그나마 우리의 서울투어 중 가장 운이 좋았던 순간.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사당. 정전과 영녕전이 있는데, 둘 모두 고즈넉하니 분위기가 삼삼하고 위엄있고, 좋다.

 

 

 

 

 

종묘를 마지막으로, 비록 일본여행은 못가게 되었지만, 오히려 더 나은 대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해외여행을 가기에 앞서, 먼저 우리나라의 유산과 전통과 문화를 되돌아보고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이 순서에 맞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특히 많이 했다. 

 

비록 문화재를 깊게 파고 공부할 것은 아니지만, 서울 근교도 아니고 이렇게 서울 한 복판에 이런 세계적 유산들이 많은데, 그냥 지나치고 무시하기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깝다. 해외여행 갈 때는 치열하게 계획세우고 아끼면서 정작 우리 것은 딱히 찾아다니지도 않는... 더군다나 웬만하면 무료이고, 입장료도 해봤자 몇 천원이다. 우리 것을 경시했던 나를 좀 반성하고...같이 한 동기들과도 추억도 쌓고. 다음에 좀 돌아다닐거면 미리 좀 검색하고 다니고...

 

어쨌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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