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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5 일본JAPAN

삿포로 3. : 료칸에서 맞은 예상치 못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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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떴다. 숙소를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이틀 동안 묵었던 숙소가 너무 좋았다. 작지만 알차고, 깔끔하고, 위치도 좋았다. 떠나기 아까웠다. 짐을 싸면서 아쉬움이 밀려왔다.

 

밖을 보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여행 와서 눈을 못 봤는데 드디어 눈이 왔다. 하얀 눈송이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았다. 역시 겨울 홋카이도는 눈이 있어야 제맛이다.

 

점심은 이르게 먹기로 했다. <신겐>이라는 라멘집으로 갔다. 대기 시간이 한 시간 정도 있었다. 추운 날씨에 밖에서 기다리는 게 고역이었지만, 맛집이라면 기다릴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차례가 와서 들어갔다. 라멘에 달걀을 추가해서 먹었다. 예전에 먹었을 때 맛이 잘 기억나지 않았는데, 이번에 먹어보니 확실히 맛있었다. 짠맛이 좀 있긴 했지만, 진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추운 날씨에 뜨끈한 라멘이 최고였다.

그리고 <마지산도>를 갔다. 사실 갈까 말까 고민했다. 배도 부르고 시간도 애매했다. 하지만 안 먹으면 나중에 언제 또 오겠나 싶어서 그냥 갔다. 크림이 정말 신선했다. 우유 맛이 진하고 부드러웠다. 먹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약해놓은 료칸 버스를 타러 갔다. 스이잔테이라는 료칸이었다. 버스에 올라타니 조금씩 도심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창밖을 보니 점점 눈밭으로 향하고 있었다. 눈이 정말 많이 왔다. 나무에도, 길에도, 집 지붕에도 하얀 눈이 쌓여 있었다. 마치 동화 속 풍경 같았다.

 

료칸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했다. 로비부터 분위기가 남달랐다. 전통적인 일본식 인테리어에 정갈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체크인을 마치고 바로 라운지로 갔다.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이었다.

 

라운지의 가장 좋은 점은 간식거리가 무제한이라는 것이었다. 시간을 맞춰서 유명하다는 말차 치즈케이크를 먹었다. 욕심이 나서 두 개나 먹었다. 맛있긴 했는데 그렇게 호들갑 떨 정도인가 싶기도 했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하지만 핫초코는 진짜 맛있었다. 찐하니 진한 초콜릿 맛이 입안에 퍼졌다.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다. 핫초코 한 잔 마시니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대욕장으로 갔다.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니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여행하면서 쌓인 피로가 물에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한참 동안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나와서는 안마의자도 즐겼다. 안마의자가 등과 어깨를 꾹꾹 눌러주니 시원했다. 온천으로 몸을 풀고 안마의자로 마무리하니 완벽했다.

 

밖을 보니 눈이 내리고 난 뒤라 야경이 너무 이뻤다. 하얀 눈 위에 불빛이 반사되어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한참을 창밖을 바라봤다.

 

저녁 시간이 됐다. 료칸의 저녁은 정말 푸짐했다. 코스 요리처럼 하나씩 나왔다.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계속 끊임없이 메뉴가 나왔다. 배가 부른데도 꾹꾹 눌러 담아 먹었다. 완전히 식욕과 식탐의 향연이었다.

 

소소한 음식들이었는데 하나하나 맛있었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게 느껴졌다. 작은 접시에 담긴 음식들이지만, 맛은 결코 작지 않았다.

 

저녁을 먹은 뒤에도 라운지에서 한잔하면서 나오는 핑거푸드들을 먹었다. 계속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예약해놓은 전세탕을 기다리러 방에 돌아왔다. 전세탕은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온천이다.

 

그런데 갑자기 건물이 흔들렸다. 처음엔 뭔가 싶었다. 족자가 흔들리고 창문이 덜컥거렸다.

지진이었다. 진도 7.2였나, 상당히 큰 지진이었다. 평생 처음 느껴보는 지진이라 머리가 새하얘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생각이 안 났다. 정신을 차리고 다음 여진이 왔을 때 몸 숨길 곳을 생각해뒀다. 테이블 밑이나 문틀 근처가 안전하다고 들었던 것 같았다. 일단 침착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더 이상 큰 흔들림은 없었다. 전세탕으로 갔다. 전세탕도 여유롭고 좋았다. 개인 공간이라 더 편안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 전세탕 가는 길에 있던 산책로가 더 아늑하고 좋았다. 눈이 쌓인 길을 걸으면서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으로 돌아와서 여유롭게 쉬었다. 침대에 누우니 바로 잠이 왔다. 그간 여독이 쌓였던 모양이다. 첫째 날과 둘째 날 정신없이 돌아다녔으니 몸이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지진의 긴장감도 사라지고, 온천으로 몸도 풀었으니 잠이 쏟아졌다. 그냥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료칸에서의 첫날 밤이 이렇게 지나갔다. 예상치 못한 지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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