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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어른의 재미 버릴 건 체면, 잡을 건 균형

문화/독서

by 김도훈 2022. 7. 1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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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진영호

클레이하우스

2022.03.22

페이지 364

ISBN 9791197768415


이른바 ‘소년 급제’가 인생 전체로 보면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내 눈과 귀로 보고 들으며 깨달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소년 급제’는 ‘중년 이혼’과 ‘노년 무전’과 더불어 인생을 살면서 무조건 피해야 할 세 가지 중 하나에 속할 정도라고 한다. 불행한 중년의 가정생활과 궁핍한 노년 생활을 피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어린 나이의 벼락출세는 왜 경계해야 하는 걸까? 다들 빨리 성공하고 부자가 되고 싶어 하지 않나?    이유는 단순하다. ‘소년 급제’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너무 빨리 성공한 사람은 지나친 자기 확신과 오만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성공 원인이 그저 자신의 노력과 능력에만 있다고 여기는 탓이다. 이런 사람들은 능력주의를 맹신하는데, 그러다 보니 성공에 필요한 다른 중요한 요소를 간과하게 된다.


사람에게는 네 가지 고통이 있으니 가난한 빈고, 질병에 시달리는 병고, 홀로 남겨진 고독고, 그리고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무위고이다. 실제로 주변에도 조기 은퇴를 시도한 사람이 꽤 있었는데 결국 다시 돌아왔다. 세계 최고의 휴양지라는 하와이의 와이키키 해변에서도 석 달만 놀아보면 절로 집 생각이 난다. 크리스마스가 신이 난다고 1년 내내 지속한다면, 그게 크리스마스일까?


과거 사찰에는 승려마다 소임이 있었다고 한다. 손재주가 있으면 불화나 불상을 제작하고, 음식을 잘하면 공양할 음식을 짓는다. 부목은 불을 지피고, 지전은 전각을 관리한다. 언뜻 보기엔 일상적인 일이지만, 소임이자 소명이라 여기면 모든 일이 귀해진다. 사회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잘 살펴보면 내가 하는 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대단한 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역할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


요즘에는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서 카페나 상업 공간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걸 허물고 새로 지은 건물보다 역사와 시간의 흔적이 정체성을 부여하고, 그 공간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지금 사는 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허물지는 말아야 한다. 자신의 일에 존중과 관심을 기울이며 기존의 토대 위에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변형하면 오히려 더 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명절에 오랜만에 만난 조카들에게 흔히 하는 질문들도 마찬가지다. “결혼은 언제 하니?”, “아이는 언제 갖니?”, “취업은 했니?”와 같은 질문을 한다는 건 애초에 상대와 가깝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친근함 혹은 걱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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