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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스틸 미

문화/독서

by 김도훈 2019. 9. 2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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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조 모예스
역자 공경희
살림 
2019.01.18
원제 Still Me
페이지 572
ISBN 9788952240194

 


낯선 도시의 소음이 감미로운 유혹이 되어, 6시에 침대에서 내려와, 샤워기 꼭지에서 후드득 쏟아지는 녹물을 모른 체하며 씻었다. 데님 피나포어드레스와 자유의 여신상 사진이 박힌 빈티지 옥색 반팔 블라우스 입고 커피를 찾으러 갔다.

 

해서, 하지 않아서 후회되는 말들이 끝없이 머릿속을 휘젓는 통에, 자는 마는 둥했다. 그러다 노크 소리에 기진맥진해서 깼다

 

혼자 지낸다는 생각에 전율했었지만, 이제 저녁 시간이 볼품없는 휑한 풍경처럼 앞에 놓여 있었다. 아직 고프닉 씨와 같이 있는 네이선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끝나고 간단히 외식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데이트가 있다고 답했다. 아주 친절한 말투였지만, 상관없는 사람 때문에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은 태도였다

 

미국에 처음으로 여기 있으면 된다고 절감했다. 내가 보이지 않는 끈에 묶여서 100 마일이나 떨어진 곳에 끌려온 것만 같았다

 

높은 건물들이 바람을 짜내 단단하게 광을 내서, 얼음 같고 독하고 딱딱한 걸로 만드는 것만 같았다. 가학적인 바람 터널 속을 걷는 느낌이 자주 들었다. 계속 머리를 숙이고 몸을 45 돌리고 걷다가, 자주 손을 뻗어 소화전이나 가로등을 붙잡아야 했다. 

 

우리에 갇힌 곰을 살짝 겁내고 존중하면서도 가여운 것과 비슷한 감정이었다.

 

전화선을 타고 침묵이 흐르다가 싱크홀로 변했다. 내가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샘에게 벌어지는 상황을 경고하려고 들면, 난 질투하는 잔소리꾼이 되겠지. 경고하지 않으면 그는 무작정 유혹의 함정으로 들어갈 테고. 그러다 어느 날 나를 그리워한 것처럼 그녀를 그리워하는 자신을 발견하겠지. 힘든 일과를 마치고 술집에서 그녀가 기대며 보드라운 손으로 그의 손을 잡거나. 아드레날린이 솟는 일이나 죽을 뻔한 사고를 함께 겪은 후 키스하고…….

      

 

      

        나는 눈을 감았다.

 

달을 지내면서 자유시간이 많기를 바랐다. 이제 자유시간이 생겼지만, 돈이 없으니 뉴욕은 친절한 곳이 아니었다. 안전할 아파트 건물을 빠져나가 거리를 걷다보면 발가락이 얼었다. 스타벅스에서 홍차를 마시면서 와이파이를 이용해 일자리를 찾으면서 두어 시간 보냈다. 식음료업계 경험이 없는 사람은 추천서가 없으면 기회가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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