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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책 :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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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인호

여백미디어 

2011.05.23

페이지 391

ISBN 9788958660941




처음 듣는 소설가. 청년작가라는 타이틀과 함께 대중소설의 수준을 한껏 높였다는 평을 듣는다고 한다. 2013년 9월 25일 침샘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나는 이제야 이 분을 이 책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투병생활을 견디며 하루에 몇십쪽씩 적어내며, 힘든 고통을 참고 창작욕에 불타올라 두 달만에 새로운 작품을 써내려갔을 그 열의가, 이를 '고통의 축제'라고 말하는 작가의 모습에, 예술인으로서의 모습의 경건함을 느끼게 된다.


저자는 이번 소설 통해 등단 이후 왕성하게 활동을 했던 ‘제1기의 문학'과, 종교·역사소설에 천착했던 '제2기의 문학'을 넘어, '제3기의 문학'으로 귀착되는 시작을 알린다고 소개하고 있다. 즉 초기 중단편을 중심으로 전개했던 현대소설과 역사, 종교를 다룬 장편ㆍ대하소설을 지나 소설가 최인호의 '제3기의 문학시대'가 열리는 시발점이 되는 기념비적 작품이다. 기존의 질서를 부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그의 문학은, 소설 속에서 끊임없이 변신하고 자리를 바꾸는 작중 인물들과 맞닿아 있다. 


소설의 줄거리는 K로부터 시작된다. 단란한 가정의 모범적인 가장으로서,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착실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K는 어느날 문득 일상이 달라짐을 느낀다. 소소하지만 바뀌면 눈치를 채게되는 소소한 변화부터 자신의 기억의 공백을 통해 주변세계가 조작되고 환상과 실재의 공간을 오고간다.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마치 영화 '트루먼쇼' 처럼 주인공 K가 조작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지만, 소설은 또 다른 'K'를 등장시키고, K1은 또다른 K2에게 순순히 '참자아'를 내주며 자신의 삶을 내준다.


쉽지 않은 소설이었다. 책의 뒷편에 후배소설가가 써놓은 발문을 읽고서도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부분도 있었고, 나름대로 반문하고 싶은 부분도 있었다. 소설에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성인방, 불륜, 여장남자 등 '성'에 관한 부분이 많이 나오기도 할 뿐만 아니라 K1과 K2의 결론은 어떻게 된것인지. 뭔가 마무리가 되지 않은 느낌도 들었다.


이 책에서 어디선가 복잡하고, 바쁘고, 조급하고, 난해한 부분은 2달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391페이지를 적어나가는 불타는 창작욕과, 또한 암이라는 병을 투병하면서 인생의 막바지에 삶을 살면서 느낀 작가 나름대로의 느낀점이나 문제의식을 바쁘게 써내려가서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래서 작가의 말에는 '남에게 읽히기 위한 문학이 아닌 오직 나만을 위한 작품이었다.' 라는 말이 적혀있는 것은 아닐까. 


책의 소개에서는 이 작품의 주인공인 K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하고, 새롭게 등장한 K2는 K의 분열된 일상속에서 자신의 계획과 다르게 진행된 또 다른 삶이라고 한다. 잘 이해는 안되지만, 현실적이지 않아도 새로운 문제의식을 갖을수 있는 것 또한 소설의 매력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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