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연장/결혼준비기

[👰🏻‍♀️🤵🏻결혼준비기] 21. 혼주 한복 정하기 :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여정

반응형

한복이 이렇게 복잡한 일인 줄은 몰랐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예식장 계약, 스튜디오 예약, 드레스 투어, 시식 하나씩 완료 도장을 찍어가면서 식이 점점 구체적인 형태를 갖춰가는 기분이 좋았다. 그 흐름 속에서 '부모님 한복'은 사실 크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복집 가서 부모님 마음에 드시는 예쁜 거 고르면 되는 거 아닌가, 그 정도였다.

틀렸다.
결론적으로 한복 정하는 과정이 결혼 준비 전체를 통틀어 가장 여러 번 방문하고, 가장 여러 번 결정을 뒤집은 항목이 됐다.

첫 번째 방문,  화려한정원 종로점

처음 찾은 곳은 화려한정원 종로점이었다.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처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기대했고, 실제로 매장 규모는 꽤 컸다.
진열된 한복 수도 많았고, 색감도 다양해서 처음엔 좋은 인상이었다.

 

다만 한 가지 처음부터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한복을 입어보는 공간이 애매했다.
제대로 된 피팅룸이 한쪽에 있긴 했는데, 막상 직원분이 안내해주신 곳은 매장 한복판이었다. 아마 다른 손님이 먼저 와있어서 이쪽으로 배치한 것 같긴 한데, 손님들이 왔다 갔다 하는 공간에서 한복을 입히고 코디해주시는 방식이라 썩 편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불편해하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래도 직원분은 친절하셨다. 먼저 스타일과 선호를 여쭤보시더니 세 벌을 추천해주셨고, 엄마와 함께 하나씩 입어보면서 비교했다.

 

첫 번째 실수, 내 취향이 아니라 엄마 취향이어야 했다

세 벌을 입어보고 나서 최종 결정을 해야 했다. 그때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한복은 다소 현대적이고 세련된 스타일이었다. 라인이 깔끔하고 색감도 차분해서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았다.

엄마한테 "이게 제일 예뻐 보여"라고 하니 동의를 하셨고, 그렇게 결정됐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간 뒤, 엄마가 조금씩 말씀이 달라지셨다.
"그게 나한테 잘 어울리나", "좀 더 다른 디자인이 나을 것 같기도 하고"라는 말씀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엄마는 내가 좋다고 하니까 그냥 따라오신 거였다. 진짜 원하시는 스타일은 따로 있었는데, 그걸 충분히 여쭤보지 않았던 것이다.

결혼식 한복은 부모님이 만족하셔야 한다. 사진에서 예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날 하루 부모님이 마음 편하게 입으실 수 있어야 한다.
너무 당연한 말인데 실제로 그 상황이 되니 부모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정확하게 표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던 것 같다.
결국 다시 한 번 방문해서 다른 스타일을 보기로 했다.

 

재방문, 여자친구 어머님과 함께

다음날 여자친구 어머님도 한복을 보러 오시기로 했다.
양가 어머님이 함께 보시면 색상 조화도 맞출 수 있을 것 같아서 같이 방문하기로 했다. 이번엔 엄마도 처음에 고른 것 대신 새로 다시 골랐다. 처음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표정이셨다. 

그런데 이번엔 여자친구 어머님 차례에서 문제가 생겼다.
여러 벌을 입어보셨는데, 고르긴 하셨지만 표정이 확고하지는 않으셨다.

결혼식 사진에 남을 한복인데, 부모님이 그런 마음으로 결정하시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시 처음부터 다른 곳을 알아보기로 했다.

 

새로운 선택, 윤선제 한복

결혼 플래너님을 통해 다른 한복집을 알아봤다. 이곳저곳 찾아보다가 여자친구가 윤선제 한복을 찾게 되었고,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플래너님이 예약을 잡아주셨다.

 

윤선제 한복에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가 달랐다. 인테리어 자체가 한복이라는 공간에 맞게 잘 꾸며져 있었고,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화려한정원에서 느꼈던 피팅 공간의 불편함이나 가벼운 느낌 같은 건 없었다. 확실히 쓰는만큼 좋긴 좋았다.

 

만족스러운 공간이었지만, 진행 방식에서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사진 찍는 것에 다소 치중하는 느낌이었다.

입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렸는데도 "한번만 입어보시죠, 사진 찍어드릴게요"라는 식으로 흘러가는 장면이 있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은 살짝 불편했다. 어쩌면 손님들이 입어보면 마음이 바뀌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방식으로 진행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명확하게 의사를 밝힌 경우엔 존중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부모님 의견ㅋㅋㅋ) 개인적으로는 뭐 다 어울리고 이렇게 한복 다양하게 입어보는 경험도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김에 같이 사진도 찍고 해서 좋긴 했다.

 

어찌되었든 부모님 두분 모두 마음에 드는 한복을 정하시고 악세서리도 정하고 해서 최종적으로 결정을 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는 모두가 만족만족!

 

한복 결정이 끝나고 나서 부모님과 함께 근처에서 저녁도 먹고 카페도 들렀다. 한복 고르느라 긴 시간이었는데 편하게 앉아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좋았다. 

https://naver.me/xZVivjQ7

 

네이버지도

원 디그리 노스 강남점

map.naver.com

 

 

혼주 한복, 이것만 기억하자

이번 한복 여정을 통해 배운 것들을 정리해본다.

부모님 취향이 무조건 우선이다
내가 보기에 예쁜 게 기준이 되면 안 된다.
부모님이 직접 입으시는 것이고, 그날 하루 내내 그 옷을 입고 계셔야 한다.
마음에 드신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입어보시게 해드려야 한다.

"좋아요"라는 대답을 곧이곧대로 듣지 말 것
부모님은 자식이 좋다고 하면 따라오시는 경향이 있다.
그 동의가 진심인지, 그냥 맞춰주시는 건지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확신 없는 동의는 나중에 후회로 이어진다.

한 곳에서 결정하려 하지 말 것
두 곳 이상을 가봐야 비교 기준이 생긴다.
첫 번째 방문에서 마음에 드는 게 없거나, 결정하고도 찜찜하면 다른 곳을 가보는 것이 낫다.
시간이 좀 더 들더라도, 부모님이 만족하시는 게 훨씬 중요하다.

양가 색상 조화는 미리 맞춰야 한다
따로따로 정하면 나중에 색상이 너무 비슷하거나 너무 안 어울리는 경우가 생긴다.
가능하면 양가가 함께 방문하거나, 색상 샘플을 공유하면서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약은 여유 있게
여러 다른 항목들이 그렇듯 인기있는 한복집 일정은 빠르게 찬다.
식 날짜 최소 3개월 전에는 시작하는 것을 권한다.
수선 기간까지 고려하면 더 일찍 시작할수록 여유가 생긴다.

 

생각보다 긴 여정이었지만 결국엔 잘 마무리됐다.
여러가지 같이 취향을 찾아가며 정하고 있지만서도 부모님과 함께하는 것은 또다른 이야기인 것 같다. 부모님을 좀 더 알아가고 내 취향은 잠깐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결혼 준비는 결국 그런 것들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