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요나스 요나손
역자 임호경
열린책들
2013.07.25
원제 Hundraaringen som klev ut genom fonstret och forsvann
페이지 508
ISBN 9788932916194
데뷔작으로 전 유럽 서점가를 강타한 스웨덴의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장편소설이다. 작가 요나스 요나손은 기자와 PD로 오랜 세월 일해왔으며, 이 책은 늦깎이 데뷔작으로 1905년 스웨덴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노인이 살아온 백 년의 세월을 코믹하고도 유쾌하게 그려냈다.
책은 100세 생일날 슬리퍼 바람으로 양로원의 창문을 넘어 탈출한 알란이 우연히 갱단의 돈가방을 손에 넣고 자신을 추적하는 무리를 피해 도망 길에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양로원을 탈출해 남은 인생을 즐기기로 한 알란은 버스 터미널에서 한 예의 없는 청년의 트렁크를 충동적으로 훔친다. 사실은 돈다발이 가득 차 있었던 트렁크로 인해 쫓기는 신세가 된 그의 여정에 평생 좀스러운 사기꾼으로 살아온 율리우스, 수십 개의 학위를 거의 딸 뻔한 베니, 코끼리를 키우는 예쁜 언니(?) 구닐라 등 잡다한 무리가 합류한다. 그리고 갱단과 그 뒤로 경찰까지 그들의 자취를 따라간다. 책의 내용은 백 살 생일날 새로운 인생을 찾아 떠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과 백 년의 세계사가 교차하는 이야기(정말 어이없고 황당하지만 합리적이고 맥락도 맞고 근거가 확실해서 할 말이 없다.), 두 줄기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두 이야기가 얽히면서 때로는 어이없고 과장스러운 설정이 황당하지만, 그 속에서 터져나오는 웃음은 막을 수가 없었다.
급변하는 현대세계사의 주요 장면마다 본의 아니게 끼어들어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는 주인공의 활약은 독자로 하여금 역사의 생생한 현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한다. 웃음이 피식피식 튀어 나오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어느새 이데올로기란 무엇인지, 이념과 사상, 종교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의 인생이란 무엇인지 곰곰 생각하게 되는, 가볍게 읽히지만 여운은 묵직한 작품이다.
우연히 세계 유명 인사를 만나고 커다란 역사적 사건에 휘말리지만 자신은 정작 어떠한 정치적 견해도 갖지 않는 백지 상태의 정신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아예 지능이 낮은 저능아로 그려진 포레스트 검프나, 멍청하지는 않되 정치적 판단을 거부하는 알란은, 매사를 정치적 시각에서 접근함으로써 정작 가장 중요한 '인간'을 배제하는 많은 위정자들을 비판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장치로 볼 수 있다. 엄청난 사건과 고난이 끝없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낙천적이고 여유로운 태도를 견지하는 알란의 모습은 독자들로 하여금 '행복'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자유의지를 과연 그 무엇이 억누를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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