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덕분의 뮤지컬 베르테르를 보았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한국에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인데 벌써 25주년이 되었다고 한다. 사실 스토리중심보다는 쇼 형식의 노래 좋고 무대 좋은 뮤지컬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고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기자기한 무대로 꾸며져 있는, 또 어찌 보면 우울한 느낌의 뮤지컬은 내 취향은 아니었다. 양요섭을 좋아하는 여자친구 덕분의 보게 되었다.
건물 바깥부터 장식하고 있는 양요섭 포스터.
오늘의 출연진. 훗날이라도 기억할 수 있도록 사진으로 남겨놓는다.
실상 가장 보고싶었던 출연진은 엄기준과 전미도 배우님였지만, 인기가 워낙 많거니와 양요섭과 류인아 배우님의 공연도 좋았다.
커튼콜 때 객석을 둘러보니, 절반 정도가 양요섭의 팬으로 보였다. 커튼콜에서 배우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며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뮤지컬 팬뿐만 아니라 아이돌의 팬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베르테르의 이야기는 철저히 낭만주의적 감성을 기반으로 한다. 현실보다는 감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모든 것을 거는 인물의 모습이 낭만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나는 현대적인 도덕적 관점을 옹호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베르테르의 행동이 공감보다는 다소 극단적으로 느껴졌다. 이미 약혼한 사람을 향한 애절한 사랑이 순수한 감정으로 평가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계속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도덕적 판단과 별개로, 베르테르가 보여주는 감정의 깊이와 몰입감은 확실히 강렬했다. 그것보다 더 강하게 인상 깊었던 것은 알베르트 역의 박재윤 배우님의 풍채와 캐릭터성 짙은 당당한 음색이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역시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였다. 베르테르의 감정 표현은 사랑에 빠진 순간의 설렘부터 점점 무너지는 과정, 마지막의 절망까지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해 줬다. 극단적인 사랑과 그로 인한 고통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연출은, 낭만주의적 감성이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개인적으로 베르테르의 감정을 100%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어려웠지만, 배우들의 연기,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무대의 분위기는 충분히 몰입할 만한 요소들이었다. 무엇보다 좋은 공연을 본 것 자체가 만족스러웠다. 가슴을 울리는 음악과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극장을 나서며 긴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노래 중 이전에 들었던 <캣츠>의 넘버와 비슷한 노래가 있어서 뒤늦게 한번 찾아보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5GopStZ8_Xo&list=PLI411KytZlLq260sYxM4rqy-JsNs--J-M&index=22
https://www.youtube.com/watch?v=vG0L8Ji7_TI&t=3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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