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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명량 ROARING CURRENTS, 2014

문화/관람

by 김도훈 2015. 1. 12.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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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 액션, 드라마 / 한국 / 128분

개봉 : 2014.07.30 개봉

감독 : 김한민

출연 : 최민식(이순신), 류승룡(구루지마), 조진웅(와키자카)




그렇게 기대해왔던 영화 '명량'을 이제야 봤다. 영화를 보기전에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영화를 볼 수 있을때까지 소설가 김훈의 이순신을 소재로 한 소설 '칼의 노래'도 읽었다. 하지만 관객수 1700만명이라는 영화 '명량'은 개봉 뒤 6개월이라는 시간을 기다린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했다. 나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인지... 이만한 리뷰를 보지 못한 것 같아서 대신 스크랩해오는 것으로 글을 대신한다. 


※ 본 글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여러 사람의 소감과는 극히 다를 수 있습니다.  


영화 명량은 여러가지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한국 영화 역사상 최대 관객 동원도 그렇고 유래 없는 해전 영화라는 점도 흥행에 큰 요인이 되었습니다. 최민식씨의 연기도 물론 한몫했죠. 영화가 대성공을 거둔 후 여러 관객들로부터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감동적이다' '장군님이 존경스럽다' '한국인인게 자랑스럽다' 등등 말이죠. 하지만 이런 평들은 어딘가 중점을 벗어난 평가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거나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저도 그런것까지 부정할 생각은 없고요. 다만 영화가 감동스러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명량을 최고의 영화라고 한다거나 손색 없는 영화라고 한다면, 그거야말로 영화의 한면만 보고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는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영화는 없습니다. 이 영화는 분명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문제점들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은 이순신이 명량에서 어떻게 이겼는지 이 영화만 보고서는 알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칠천량에서 위대하신 원균의 삽질로 조선 수군이 궤멸된 후 조선은 나라가 망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수군은 전멸. 육군은 3만명이 고작. 명군은 도와줄 생각을 안하고 군량미는 바닥. 게다가 이번에는 임진년 때처럼 의병들이 봉기하지도 않아요! 반면 일본군은 승전의 기세를 몰아 전라도를 쓸어버립니다. 곡량 창고마저 일본군 손에 넘어갔으니 조선은 아 망했어요 신세가 된겁니다. 


이런 때에 신묘한 전략과 전술로 홀연히 일어나 남은 수군을 이끌고 서해로 진입하려는 왜군 전선들을 싹 쓸어버리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 이름 찬란한 세글자 이순신. 나라가 망할거라는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그는 동요하지 않고 전략과 전술을 연구하고 또 연구한 끝에 조선 수군이 승리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을 찾아냈습니다. 따라서 영화 명량은 감동이고 뭐고 그런거 다 떠나서 '이순신이 명량 해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전략 요인'을 가장 먼저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우리의 기대를 충실히 배반합니다.






이순신의 전술과 전략을 기대했던 분들은 전투씬 내내 백병전만 지겹게 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실망하셨을 겁니다. 정말 문자 그대로 배 위에서만 치고박고 싸웁니다. 함포 사격과 소신기전의 발사 등이 나오긴 하지만 그것은 맨 처음에 잠깐 나오는 수준에 그칩니다. 전투 장면의 대부분은 백병전이 차지합니다. 백병전 장면이 주요 장면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장선 홀로 왜군과 싸우는 장면이 길게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영화에서 백병전이 많이 나왔으니까 실제 역사에서도 백병전으로 왜군들 쓸어버리는게 이순신의 전략이었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이순신은 일본군과 해전이 벌어지면 일본군과의 단병접전을 철저하게 피하려고 했습니다. 조선은 전통적으로 원거리 무기에는 큰 공을 들인 반면 백병전에 쓰이는 창이나 칼은 동아시아 삼국중에서 제일 취약했습니다. 반면 일본군은 근접전에서 검으로 베는것에 도가 텄습니다. 원거리 무기만 뿅뿅 쏴대는 조선군이 배위에서 일본군과 백병전을 벌인다?100% 조선군의 패배입니다. 


실제 역사에서 백병전을 최대한 피하려고 했던 이순신은, 영화 명량 속에서는 전투 시작 10여분만에 백병전을 준비하라고 외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영화 속의 조선군은 백병전에서도 일본군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용맹한 전사들인가 보죠?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애초 칠천량에서는 왜 패배했는지 모르겠네요. 지휘관에 따라 전투력에 엄청난 변화가 생기는 조선군이 백병전에는 도사라니, 개인적으로는 뭔가 앞뒤가 안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백병전 때문에 제대로 나와야 할 포격 장면은 거의 묻혀버렸습니다. 이에 대한 지적을 며칠전에 작성한 글에서도 했는데, 볼거리를 위해선 지루한 포격 장면 보다는 백병전을 보여줄 수 밖에 없었다고 하시더군요. 물론 일리 있는 말씀이십니다. 포격이 짧게 나왔니 뭐네 하는거 신경 쓰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그리고 백병전이 볼거리가 더 풍부한것도 어찌보면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한가지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영화는 명량 해전을 다루는 영화고, 실존 인물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라는 것을요. 제작진은 명량 영화를 만들면서 이순신이 사용한 전략과 전술을 그대로 관객들에게 보여줄 의무가 있었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웅 이순신 대신 이런걸 보여줘야 했습니다. 


백병전이 너무 길어진 나머지 대체 이순신이 어떻게 전투에서 이긴건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30분 넘게 배 위에서 일본군과 신나게 싸웁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아무런 스토리도 없이 로봇들끼리 서로 치고박고 싸우는 것처럼 끊임없이 싸우는 장면만 나옵니다. 백병전 시작 20분이 경과했습니다. 이제는 지루해질 지경입니다. 언제 이순신이 물살을 이용한 전략을 펼칠지 기대합니다. 백병전 시작 30분이 경과했습니다. 다른 장면 그런거 없습니다. 계속 배위에서 싸웁니다. 초요기를 언제 올리나 기다려봅니다. 초요기는 후반부 가서야 올립니다. 초요기를 올려서 안위가 왔습니다. 안위가 싸우는 장면 마저도 짧습니다. 결론은? 대장선 어쌔신크리드





실제로도 대장선이 혼자 싸우기는 했지만 백병전이 벌어질만큼 일본군이 달라붙지도 않았고, 또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다른 배들이 뒤로 물러나는걸 가만히 좌시하지도 않았습니다. 영화에서는 두려움을 이용하기 위해 다른 배들이 뒤로 물러나는걸 그냥 보고만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첫단추가 잘못 끼워졌습니다. 물살을 이용해 반격할 때를 기다린 이순신의 전략 전술이, 단지 아군과 적군의 두려움을 이용해 이길 생각을 하는것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조선이 낳은 최고의 영웅 이순인에 대한 너프가 너무 심하네요. 





물살을 이용해 적군을 격퇴한다는 역사상의 전술이 이 영화에서도 나오긴 나옵니다. 물살이 바뀌고 회오리가 휘몰아칠때까지 적들을 최대한 저지한다. 문제는 이순신의 대장선도 회오리 물살에 휩쓸립니다(!!!) 대장선이 거룩한 희생을 함으로써 공포에 떠는 아군들을 전투에 참가하게끔 만드는 위대한 전략 전술인 모양입니다...는 개뿔 이순신을 어떻게 이렇게 부하들 목숨도 책임 안지는 장수로 묘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장면에서 백성들이 대장선을 구하지 않았더라면, 대장선 또한 용왕님 만나러 갔을겁니다. 그리고 이는 부하들 목숨을 무엇보다 아낀 이순신에 대한 모독 수준입니다. 우리 조상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장군을 이렇게 밖에 묘사하지 못했습니다. 최고의 성웅이었던 사람이 단지 백성들의 천운에 기대는게 말이 되나요???!!!??





아무튼 마침내 물살이 조선군 측에 유리하게 바뀌고, 12척 모두 모인 조선 수군이 대반격을 펼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자 왜군들을 모조리 쓸어넣는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장면입니다. 이 순간이야 말로 이순신이 기다리던 순간이었습니다. 실제 역사상으로나 영화상으로나 모두요. 이 장면에서 무언가를 기대하셨다면 그것은 큰 오산입니다. 왜냐하면 반격 장면은 정확히 3분에 불과하거든요. 게다가 그 3분이 순수하게 위 사진같은 장면만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충파로 세키부네를 들이 박으면서 배에서 넘어지는 조선군, 총통에 손이 깔리는 병졸, 백성들의 아우성 등등을 제외하면 일본군을 바닷속에 쳐박는 장면은 1분이 될까말까 합니다. 클라이맥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명량 해전의 전개 과정을 두고 봤을때, 이순신의 대장선이 홀로 싸운것은 물살이 바뀔 때까지 버티기 위함이었고, 따라서 전투의 백미는 마지막 반격 장면이어야 했습니다. 영화 명량은 백병전 등 불필요한 장면들 때문에 보여줘야 할 장면은 못보여주고 전투가 흐지부지 끝나게 만들어 버린겁니다. 이 마지막 클라이막스야 말로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명량에서 조선군이 대승을 거두었다는 것을 실감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장면이었습니다. 백병전에서 왜군 아무리 많이 죽여봤자 소용없습니다. 진짜 중요한건 마지막 장면입니다. 





기록상으로는 포탄 파편(혹은 화살)에 부상을 입고 도주했어야 할 도도 다카도라는 너무나도 멀쩡하게 후퇴하라는 말만 남깁니다. 이로인해 적의 최후방 본대까지 작살내고 일본군 영혼을 탈탈 털어버린 명량 해전의 통쾌함을 이 영화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도도의 모습을 보고있자면, 이건 전투에서 패배해서 물러나는게 아니라 그냥 이순신이 의외로 잘 싸우자 당황해서 물러가는 수준으로 보입니다

 

'난 싸움에 져서 물러나는게 아니야. 이순신 너를 얕잡아 보지 말아야 했어.'


이거랑 뭐가 다르죠?





결과적으로 영화 명량은 전투에서 이긴 통쾌함도 보여주지 못했고, 이순신이 어떻게 전투에서 승리했나를 보여주는데도 모두 실패했습니다. 물살의 흐름이나 왜선과 판옥선의 견고함을 고려한 전략 등이 부각되지 못했습니다. 무턱대고 부수고 칼 휘두르고 총 쏘는게 아닌, 전략가로서의 이순신을 보여주어야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난후 기억에 남는건 길고 길었던 선상 백병전 뿐입니다. 순수하게 이펙트 연출만 놓고 보았을때는 한국 영화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탁월한 수준이지만, 그 속에서 어떤 이야기나 역사성을 보여주는데는 실패했습니다. 명량을 보고 감동스러웠다는 의견들도 분명 많지만, 저같이 역사를 얼마나 충실히 재현했나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에게 있어선 그렇게 훌륭한 영화는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영희야 뭐하니?

응? 명량 보고 있어

그렇구나. 그럼 명량에서 이순신이 어떻게 이겼는지도 알겠구나?

너무 감동적이었어. 인간 이순신을 느낄 수 있었고

어..난 그걸 물은게 아니야. 명량에서 이순신이 이긴 방법에 대해 물었어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 난 이 영화를 보면서 한국인인게 자랑스러웠어. 

그래도 내가 질문한걸 답해주지 않을래?

백병전이 많았는데 칼싸움으로 이기지 않았을까?


※ 저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무슨 자격으로 이런 글을 쓰냐고 하시는 분들 있지만. 상영 첫날 극장에서 8000원 내서 보고 VOD 만원 내고 구입할 정도면 이런 글을 쓸 자격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 명량이 보여주지 못한 이순신의 전략과 전술(http://blog.naver.com/peece51/220217377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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